아내의 생일날이다. 50 중반이 넘어서면서 서로 딱히 선물을 챙기지 않는다. 게다가 난치병으로 몸이 불편하니 올해 들어서는 삼시 세 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먹을 수 있게 되어 여간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게 아니다.
아침부터 막내딸과 아침 식사 준비로 사달이 났다. 배가 고파 막내딸에게 아침을 부탁한 아내가 서툴러 보였는지 불편한 몸으로 직접 준비하려고 하니 다칠까 봐 성질을 낸 모양이다. 성질낸 딸에게 함부로 말도 못 하겠다며 마냥 서러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서로 아끼는 마음이 결국 상처를 남기는 형세다.
기분전환이 필요해 보여 아내에게 안산 자락길을 돌아보자고 권했다. 처음엔 완강하게 거절하더니 이내 그러자고 나갈 채비를 했다. 장녀가 한마디 거든 것이 즉효이기도 했다. “아빠가 엄마 닮은 꽃을 보자고 하니 준비하고 나가시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휠체어 진입이 편한 길은 홍제동 천연뜨란채아파트였다. 그러나 막상 내비게이션을 치니 안내한 곳은 뜨란채 아파트 정문을 안내해 주어 진입로를 어찌 찾아가야 하나 막막해 잠시 주변을 헤매야 했다. 결국 찾아낸 정확한 위치는 서대문 02번 뜨란채 아파트 101동 마을버스 승차장이 있는 곳이 휠체어로 진입하기 가장 완만한 길이다. 차는 주변 도로에 주차해야 한다.
휠체어를 트렁크에서 내려 준비하고 본격적으로 안산 자락길 등반을 시작하려는데 아내가 화장실을 찾는다. 화장실은 입구에서 600여 미터를 가야 만날 수 있다. 화장실 맞은편에는 장애인 전동휠체어 충전시설도 준비되어 있다.
시작은 완만한 평길이였으나 산이라는 특성상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어 수동휠체어로는 힘겨웠다. 그러나 이런 데크길이 조성되지 않았더라면 산을 오른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새삼 길을 조성한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하니 감사의 마음이 절로 생겼다.
안산 자락길의 꽃이라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목적지가 갈라져 다음으로 미루고 무악재 하늘다리를 반환점으로 삼았다. 휠체어로 다리를 건너보니 인왕산으로 이어진 길은 계단으로 만들어져 더는 진입할 수도 없었다. 무악재 하늘다리는 인왕산과 안산이 도로개설로 단절된 것을 생태적으로 연결하여 생물 종 다양성을 증진하고 야생동물의 이동을 위하여 조성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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